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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다크히어로 사이, '루카 : 더 비기닝'

조회수 2021. 3. 1.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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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F 요소를 주요 설정으로 가져온 드라마들이 눈에 띈다.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거나 특수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주인공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며, 그 배경과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유발한다. tvN 월화드라마 [루카 : 더 비기닝(이하 '루카')]도 그중 하나다. 전작 [낮과 밤]처럼 극단적인 인체실험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인위적으로 개량하며,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탐욕이 문제의 원흉으로 자리한다. [루카]는 여기에 괴물 같은 능력이라는 것으로 차별을 두고, 주인공의 비극적인 운명을 강조하며, 감정적으로 휘몰아친다.

출처: tvN

지오는 자신의 힘을 부정한다. 전기뱀장어, 철갑상어, 박쥐, 초파리 등의 DNA가 섞여 엄청난 파괴력과 회복력, 반사신경을 가졌지만, 이 같은 능력은 그에게 저주나 다름없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어린 시절은 고통스러운 실험을 받았던 기억뿐이며, 현재는 자신을 노리는 세력에 들키지 않게 철저히 몸을 숨기고 운둔하며 지내야 한다. 게다가 그 능력이라는 것도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어 극한의 상황에서 자기 방어를 하듯 전류 같은 힘이 발산되면, 모든 게 파괴되고 기억은 사라진다. 지오는 원해본 적 없는 능력 때문에 평생을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 절망 속에 숨죽여 살아야 했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물들이 대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복수나 정의 실현을 위해 움직였다면, 지오는 자신을 괴물이라 여기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소재의 작품보다 더 어둡고 묵직한 무게감을 갖는다. 작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루카]는 비극으로 점철된 주인공이 자신처럼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인물을 만나 혼란스러운 운명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지오는 그토록 저주하던 능력으로 범죄자를 추격하던 도중 차에 치인 형사 구름을 되살린다. 이 인연은 운명처럼 다시 이어지고, 두 사람은 그들의 인연이 과거에서 시작됐음을 알게 된다. 오래전 구름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지오는 구름의 부모의 실종과 연결된 유일한 단서이나, 그는 어린 구름만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지오는 자신과 함께 부모가 사라진 후 홀로 감당했을 구름의 아픔을 이해하고 미안해하며, 처음에는 지오를 경계했던 구름 역시 점차 그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연민을 느낀다. 둘 사이에 오가는 애틋한 감정은 저주받은 능력이라는 비극성을 더 부각하면서 이야기를 애절한 방향으로 이끈다.

출처: tvN

드라마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흘러간다. 시작부터 거센 추격을 받던 지오는 내내 도망치고 붙잡히고 숨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은 실로 처절하다. 휴먼테크의 충실한 행동대원 이손의 집요한 추적 때문에 지오는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고, 마취제를 맞아 기절하며, 끔찍한 실험대에 올랐다가 급기야 생애 처음으로 찾은 구름과의 행복한 일상까지 빼앗긴다. 숨으려야 숨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지오를 노리는 세력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공들인 액션신과 시각효과가 쫓고 쫓기는 과정에 볼거리를 더하지만, 피할 수 없는 덫에 걸린 것 같은 도망자의 암울한 삶에 더 눈길이 간다.


L.U.C.A.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휴먼테크 3인방은 지오의 처절한 운명과 대비되는 비인간적이고 천연덕스럽게 무감각한 모습으로 극의 균형을 맞춘다. 교단의 영주 황정아, 국정원의 숨은 실세 김철수, 생명공학자 류중권은 지오의 초월적인 힘을 이용해 새 생명을 창조하려 한다. 이들은 오직 누구도 해낸 적 없는 연구의 결실을 맺는 것에만 집중하며 수많은 희생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오를 비롯한 실험체는 그저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위한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해지 못하는 무감각한 인격체들은 뒤틀린 욕망의 잔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출처: tvN

[루카]는 쫓고 쫓기는 내용이 반복되는 구조를 취하지만, 극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데는 캐릭터에 온전히 체화된 김래원의 힘이 크다. 처연한 눈빛과 표정만으로 분노와 절망, 고독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온 인물을 완성한다. 8화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로맨스도 그만이 갖는 청년의 순수한 이미지로 설득해낸다.


물론 몇몇 아쉬움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지오를 수렁에 몰아넣는 이야기는 반복되는 인상이 강하고, 한국 드라마 특유의 남발되는 사운드는 특정 감정을 강요하거나 몰입감보다는 피로감을 유발한다. 지오와 공동 운명체가 되는 구름과 추격자 이손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덜 개발돼 평면적으로 보인다. 특히 구름은 형사라는 배경보다 지오와의 관계가 도드라져 보이는 게 아쉽다. 또한 지오와 구름이 동질감을 느끼는 과정을 구축했다고 해도, 한 회만에 사랑에 빠지고 출산까지 하는 전개는 아무래도 당황스럽다.


이제 남은 회차에서는 휴먼테크를 상대로 본격적인 복수에 나설 지오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분노한 지오가 자신을 창조한 이들에게 향할 복수가 1회의 오프닝에서 아이를 안고 도망치던 이의 모습과 이어질 것인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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