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했던 흑백 전자책을 컬러로 물들이자

조회수 2021. 2.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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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말부터 한국에서 전자책이 뜨기 시작했다.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도 앞다퉈 전자책을 내놓고 리디북스나 밀리의 서재와 같이 전자책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도 생겨났다. 지금은 전자책을 구독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출처: 리디북스

전자책 인기와 함께 등장한 것이 바로 전자책 전용 단말기다. 책보다 가벼운 무게로 손목 부담은 줄여주고 휴대성은 좋아졌다. 태양 아래에서도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없다. 광고에서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격도 일반적인 태블릿보다 저렴하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책 들고 가는 사람도 있다. 한 권이면 충분하지만 욕심에 더 담게 되고 짐은 쌓인다. 전자책 단말기만 있으면 그럴 필요 없다. 기기 하나면 책장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수천 권의 책을 기기에 내려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접속해 새로운 책을 열람할 수도 있다. 많이 담는다고 기기가 무거워지진 않는다. 

무엇보다 전자잉크를 사용해 실제 종이에 인쇄된 글을 보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눈이 편안하다. 그야말로 독서에 최적화된 물건이다.

독서에 어울리는 것만 담다 보니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것도 많다. 속도 측면에서 전자책 단말은 할 말이 없다. 사용자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굼뜬 속도를 느껴야만 한다. 손바닥만 한 단말 화면이 답답할 때도 많다. 편집이 들어갔거나 PDF로 제작된 전자책은 가독성이 크게 떨어진다.

무엇보다 대부분 흑백이다. 텍스트 비중이 높은 책은 괜찮지만 잡지나 만화는 물론 사진, 표가 다량 삽입된 책에서는 색상이 구분되지 않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출처: statista
전 세계 전자책 단말기 출하량

그래서 일까. 전자책 전용 단말기 판매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전자책 단말기 출하량은 2011년 최고점을 찍고 하락 중이다. 이름난 전자 단말기 킨들, 누크, 코보 모두 판매가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된다.

전자책 단말기는 전자책에 종속된 존재다. 전자책이 없으면 전자책 단말기는 사라져야 한다. 전자책 시장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던 종이책이 건재하다. 여전히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전자책 시장은 분명 성장하고 있으나 전체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10%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새로운 책이 나와도 기준이 되는 건 종이책이다. 종이책이 먼저 나오고 이후에 전자책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매불망 전자책을 기다리다 출시 계획이 없다는 답을 듣고 허탈했던 기억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자책이 나오더라도 종이책 기준으로 제작된 전자책이라 편집이 엉망일 때도 있다. 사소한 오타가 발견돼도 종이책은 다음쇄에서 교정되나 전자책은 업데이트 없이 계속 제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종이책만 출간하는 책도 적지 않다.

장르별 선호도 차이도 있다. 추리, 스릴러, 고전과 같은 글이 많은 장르에서는 전자책이 선전했으나 요리, 아동도서에서는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나마 팔리는 전자책도 전자책 단말기가 아닌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소비된다. 반응 속도, 색 표현, 검색 등 여러 방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눈은 조금 피로해도 높은 편의성을 지녔다. 스마트폰 화면을 키운 패블릿이 나타나고 반대로 태블릿 크기를 줄인 미니 사이즈 제품이 꾸준히 출시되는 것도 전자책 단말기에는 위협적이다. 오디오북 소비가 늘어난 현상도 전자책 단말기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들은 물리적인 책을 소유하기 좋아하며 전자책의 거품이 다소 꺼진 데서 이유를 찾는다. 종이의 질감과 냄새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 때문에 종이책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철 지난 주장 정도로 여겨질 때도 있었지만, 이쯤 되면 틀린 말도 아니지 싶다.

전자책 단말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보여준 그대로 대중의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색다른 시도가 필요하다.

변화의 조짐은 나타났다. '전자책 단말기=흑백'이라는 당연한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컬러 잉크 단말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색다른 시도에는 역시 컬러 잉크 만한 게 없다.

전자 잉크 기술을 개발한 기업 이잉크(E Ink)에서 2019년 새로운 컬러 전자잉크 기술 칼레이도(Kaleido)를 내놓았다. 3년간의 개발 끝에 만들었다. 

사실 컬러 전자잉크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잉크는 2010년 컬러 전자잉크 개발을 시도했다. 제품도 나왔다. 하지만 색감은 선명하지 않았고 컬러 필터는 화면 선명도를 떨어뜨렸다. 결국 흥행에는 실패했다. 칼레이도는 이때 발견된 문제들을 개선했다.

칼레이도는 어떤 기술일까. 간단히 말하면 기존 흑백 화면 위에 자체 개발한 RGB 컬러 필름을 추가해 4096개 색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그런데도 두께는 더 얇아지고 품질은 좋아졌다. 색상 재현력도 향상됐고 속도도 빨라졌다.

이후 칼레이도 기술을 적용한 전자책 단말기가 출시됐다.

출처: gizmodo
포켓북 컬러

포켓북 컬러(Pocketbook Color)는 컬러 전자잉크를 적용한 제품이다. 미 IT매체 더버지에서는 포켓북 컬러에 적용된 칼레이도를 두고 큰 기술적인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실내보다 야외에서 더 잘 보이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포켓북 컬러는 나름 성공을 거뒀다.

칼레이도 기술을 적용한 다른 단말기로 오닉스 북스 포크 2 컬러(ONYX BOOX Poke 2 Color)도 있다. 두께 6.8mm에 안드로이드 9.0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화소밀도는 흑백 모드에서 300dpi, 컬러 모드에서 100dpi다. 오닉스 북스 포크 2 컬러 1차 판매는 24시간 만에 완료했고 2차 판매에서는 한 달도 안 돼 매진됐다.

오닉스 북스 포크 2 컬러

칼레이도가 완벽한 기술은 아니다. 기업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이잉크는 개선된 칼레이도 2세대 기술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칼레이도 1세대가 나오고 6개월 만이다. 1세대가 가진 몇 가지 문제들을 개선했다. 색 정확도는 높이고 디스플레이는 더 얇고 가벼워졌다. 5인치부터 10인치 화면까지 지원하게 됐다.

2021년 초부터 새로운 칼레이도 기술을 적용한 컬러 전자책 단말기가 등장하고 있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노트 필기가 가능한 10.3인치 Bigme B1 Pro △스마트폰에 컬러 전자잉크가 적용된 6.8인치 하이센스 A7 △가장 최근 출시된 7.8인치 포켓북 잉크패드 컬러까지 연이어 출시됐다.

컬러 전자잉크가 전자책 단말기 혁신을 주도한다고는 장담할 순 없다. 태블릿과 경쟁하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흑백 TV의 추억을 가진 사람은 있겠지만 컬러TV를 포기하고 흑백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컬러 전자책 단말기의 등장이 반갑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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