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동안 전자담배 5개 쓰면 생기는 일

조회수 2018. 7. 27. 18: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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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이 무더위에 어떻게 버티고 계신지 모르겠다. 악마가 내뱉는 뜨거운 숨결같은 날씨 때문인지 밥 먹는거 빼고는 모든 것에 의욕이 없다. 흡연도 예외는 아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나온지 딱 1년 정도가 되었다. 중간중간 외도를 하긴 했지만, 아이코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한 순간부터 꾸준히 피워왔으니 나도 이제 사용한지 1년이 되었더라. 아이코스로 시작해 아이코스 홀리데이에디션, 릴, 그리고 2대의 글로까지. 현재는 총 5대의 궐련형 전자담배를 매일 아이스크림처럼 골라가며 즐기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 박스부터 뜯던 아이코스 언박싱 영상이 나간 지 1년이 되었다. 이 내용도 재미도 없는 영상을 25만명이나 봤다는게 너무 창피하다. 이제는 지난 1년간 함께했던 궐련형 전자담배를 정리해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준비했다. 즐겨주시길.


Q1. 전담의 최고 장점은?


A. 역시 냄새다. 비흡연자들이 하는 흔한 오해 중 하나가 흡연자들은 담배냄새에 둔감할거라는 거다. 틀렸다. 흡연자들도 담배냄새 싫어한다. 아니, 하루종일 담배냄새를 맡아야하는 만큼 냄새에 더 민감하다.

많은 사람들이 액상형 혹은 전자담배로 넘어가는 이유가 바로 담배냄새 때문이라는데 내 통통한 손목을 걸어도 좋다. 실제 담뱃잎을 찌고(가열해서) 피우는 궐련형 전담은 냄새에서 벗어나고 싶은 끽연가들에겐 좋은 대안이 분명하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처음 나오기 시작했을 땐, 유해물질이 적다는 점이 셀링포인트처럼 보였으나 1년이 지난 지금 궐련형 전담의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 나오기 시작한 상황이다. 사실 그렇게 유해물질이 걱정스러웠다면 애초에 흡연을 생각하지도 않겠지. 흡연은 원래 해롭다.


Q2. 그래서 아이코스, 릴, 글로 뭐가 제일 좋아요?

A.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런데 각각의 제품마다 매력이 있고 용도가 다르다.


만약 가장 일반 연초에 가까운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답은 아이코스다. 3대의 기기 중 가장 높은 온도로 담뱃잎을 쪄내는 아이코스(아이코스의 블레이드 스틱이 350도, 릴이 320도, 글로가 240도까지 올라간다)가 가장 매캐하고 구수해서 연초와 비슷한 맛과 향을 낸다.

이는 아이코스 전용 스틱인 히츠스틱과도 관련이 있다. 호환 가능한 릴의 핏보다 아이코스 히츠스틱의 담뱃잎이 조금 더 밀도가 높다. 히츠스틱과 핏을 작정하고 비교해보겠다고 마음먹어야지만 느낄 수 있는 미미한 차이긴 하지만, 분명 차이는 있다.

[왼쪽이 아이코스 / 오른쪽이 릴]

거기에 중세시대 칼처럼 생긴 아이코스의 블레이드 스틱(담뱃잎과 직접 닿아 담뱃잎을 가열한다)은 송곳처럼 생긴 릴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높은 온도로 올라가는 블레이드 스틱과 빽빽한 담배잎이 만나 아이코스는 가장 담배와 가까운 궐련형 전자담배가 되었다. 지금까지 아이코스가 가장 많이 팔린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Q3. 그럼 아이코스가 가장 좋은 거네요?


A. 그렇게 물으면 지금도 내 책상 위에서 전기를 먹으며 잠들어 있는 2대의 글로와 릴이 섭섭해 한다.

아이코스도 단점이 있다. 일단 줄담배가 불가능하다. 다시 한 대를 피우기 위해서는 4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우리 인생에서 4분 동안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다. 행여라도 스틱을 충전용 포켓에 넣는 걸 깜빡한다? 당신은 흡연을 할 수 없다. 적어도 4분 동안은.


Q4. 아이코스의 히츠스틱과 릴의 핏이 호환된다고 아는데? 정말 상관 없나요?

A. 바꿔 피워도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추천하진 않는다. 위에 말한 것처럼 아이코스의 스틱이 밀보다 훨씬 더 밀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코스 스틱을 릴에 끼우면 헐렁하고 아이코스 스틱을 릴에 끼우면 잘 맞지 않는 스키니진을 억지로 끼운 것처럼 뻑뻑하다. 게다가 두 기기의 온도도 다르기 때문에 바꿔서 피우면 뭔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짝이 있는덴 다 이유가 있다. 웬만하면 짝을 맞춰서 피우도록 하자.


Q5. 전담을 피우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건?


A. 모든 기기는 전기를 먹는다. 충전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 스마트폰, 애플워치, 노트북 심지어는 무선형 이어폰까지. 우리는 이미 충전의 노예다. 그런데 담배까지 충전을? 흡연량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평균적으로 완충에 한 갑 정도를 태울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좀 애매해다. 매일 충전할 필요가 없다는 게 좀 거시기 하달까? 가끔 정말 중요한 순간에 배터리가 없어 기기가 빨간 불을 껌벅일때 느끼는 박탈감과 짜증이란. 그래서 난 5대를 충전해 서 골고루 쓰고 있다. 하하.


관리도 해줘야 한다. 담뱃잎이 직접 닿으니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꾸리꾸리한 향기가 올라온다. 청소는 정말 정직하게 맛에 영향을 미치더라고.

그런면에서 글로는 청소가 꽤 자유롭다. 일단 종이를 포함한 스틱 자체를 가열하는 방식이니 열을 가하는 부분과 담뱃잎이 직접 닿지 않는다. 담뱃잎이 가열되면서 나오는 진액이나 찌꺼기가 기기 안에 남을 여지가 덜해 훨씬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Q6. 그래서 전자 담배를 피워서 아예 연초는 끊었나요?


A. 이건 노코멘트. 솔직히 말해 아예 끊었다고 하긴 그렇다. 내 경우 전담을 피운다고 연초에 대한 욕망이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고 가끔 연초를 태울 때도 있다. 연초가 타들어가는 모습과, 희뿌연 연기가 나부끼는 정서를 어찌 완전히 버리겠는가.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담배에 대한 욕망을 조금 잠재울 수 있는 응급처치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그 순간 전담을 피우면 약간 김이 샌다. 내가 생각한 느낌을 100% 채워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담배를 피우는 일이 줄었다.


Q7. 요즘 액상형 전자담배가 다시 뜨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잠깐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또 액상형 전자담배로 넘어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상상해보자. 궐련형 전자담배도 연초보다 비교적 덜 난다는 거지 냄새가 아예 안나는 건 아니다. 다 피우고 나면 꽁초도 남고 피울 때 구수함과 꾸릿함 중간쯤에 있는 이상야릇한 냄새가 난다. 이왕 연초를 버리고 여기까지(궐련형) 온 거 액상형 담배까지 못 갈 이유가 무엇인가.


액상형 담배가 다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일단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은 전자담배 스토어에 가야만 살 수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은덴 유통의 힘이 크다. 기호식품은 원할 때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어야 한다. 전국 편의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는 건 큰 매력포인트였다.


요즘 정말 다양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과거 투박해 보였던 디자인도 점점 더 작아지고 근사해지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다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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