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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거들 뿐, 요즘 서울 편집샵 3

조회수 2021. 1. 28. 23: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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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카페만 가면 여기저기 구석구석 뜯어보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카페라는 공간에는 커피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어떤 곳은 전시나 팝업 행사를 진행하고 어떤 곳은 테마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추천해준다. 직접 제작한 굿즈 상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눈과 지갑은 쉴새 없이 현혹당한다.


그러니까 카페는 예상치 못한 소비를 야기하는 위험한 장소다. 정신 안 차리면 가볍게 커피 한잔하러 갔다가 나올 때는 두 손 무겁게 나올 수밖에. 오히려 더 끌리는데요? 싶은 쿨한 소비자들이라면 아래 리스트를 눈여겨보자. 나의 소비생활을 즐겁게 해줄 서울의 세 카페. 다양한 소비 경험을 함께할 수 있는, 카페와 숍을 겸하는 공간들이다. 한 곳당 하나의 키워드로 잡아봤으니 취향껏 가보면 좋겠다.


“coffee with elegant clothes”
메트로폴리티션

한적한 합정동 골목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티션. 커피와 술, 의류 제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의 지향점은 다음과 같다. ‘우아하고 가치 있는 것을 편하게 즐기며 머무르는 곳.’ 메트로폴리티션이 셀렉숍으로서 취급하는 의류는 모두 ‘좋은 것’이다. 강주원, 마한나 두 대표가 좋은 것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고퀄리티 제품. 누구라도 입었을 때 우아한 형상을 띨 수 있는 고급스러운 옷과 브랜드.

문제는 그 우아함, 고급스러움, 좋음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는 거다. 일단 저렴하지 않다. 셔츠는 대부분 20만 원을 넘어가고 코트의 경우 (정가 기준으로) 한두 제품을 제외하고는 60만 원 아래로 내려가는 게 없다. 쉽게 구매할 수 없으니 심리적 거리가 생기고, 오프라인으로 직접 볼 경우에는 더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다들 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나. 비싸고 좋은 옷을 소개하는 매장에 갔을 때 불편하고 위축됐던 거. 인테리어도 너무 차갑거나 무거운 느낌이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직원이 주시하는 것 같고, 잘못 입어봤다가 사야 될 것 같고… 그걸 피하고 싶었단다. 분명 비싼 가치를 하는 이유 있는 제품인데 전달이 되지 않으니까. 막상 천천히 생각해보고 편하게 입어볼 수 있다면 그 가치를 알아볼 텐데.


메트로폴리티션이 편안하고 부담 없는 분위기를 중시하는 이유다. 커피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 옷을 잘 몰라도 여기 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머무르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해보면, 충분히 시간을 들이면 이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조용한 동네 골목길로 자리를 잡은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지향하는 부분이 공간 분위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무로 길게 짠 바(bar)와 짙은 브라운 톤의 가죽 소파와 두툼한 푸른색 러그가 주는 따스함에, 창 너머로 보이는 평화로운 골목 풍경. 그렇다고 마냥 따뜻하고 아기자기하지만은 않다. 다채로운 재질과 색감을 가진 옷, 감각적인 소품과 매거진 등이 공간에 세련미를 더한다. 상반되는 두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게, 마치 옷과 커피와 술을 사랑하는 디자이너 혹은 아티스트의 사적인 공간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부담은 좀 내려놓고 커피 한잔하며 편히 구경해보자. 물론 익히 아는 브랜드나 대중적인 아이템들은 아니다. 하지만 두 대표가 자부하는, 양질의 옷과 소품으로 가득하니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클래식한 멋으로 기품을 드러내는 케네스필드의 타이나 알록달록한 컬러가 귀여운 하울린 스웨터는 어떨까? 아, 슈나이더만의 깔끔한 스트라이프 셔츠도 눈에 아른거린다.

두 대표의 취향과 안목이 강하게 반영된 건 커피와 술도 마찬가지다. 마한나 대표가 좋아하는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고, 술은 강주원 대표가 애정하는 럼을 베이스로 한 메뉴들이 주를 이룬다고.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나 고급 바 같은 화려함은 없어도 가볍게 한잔하며 쉬었다 가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3안길 28

• 인스타그램 @metropolitician_official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우아하고 세련된 옷을 부담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둘러보고 싶어요”


“coffee with curated books”
라이프커피 청담

라이프커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비아인키노’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가구를 중심으로 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선별하고 제안하는 비아인키노. 그중 커피와 책을 내세운 라이프커피와 라이프북스는 청담 쇼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남구청역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라 접근성도 좋은 편(최근에는 청담점보다 큰 규모의 쇼룸이 부산 달맞이길에 오픈했다니 부산러들은 참고하자).

지하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카페는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공간 구성과 가구의 형태도 심플하고 조도 역시 따스한 톤이 유지돼 차분한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기에 좋다. 한 층 내려간 구조임에도 바 천장이 막혀 있지 않고 1층과 연결되는 형태라 전혀 답답하지 않은 게 장점. 날이 좀 풀리고 봄이 오면 건물 루프탑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커피 맛도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마시기 편한 커피, 임팩트가 강하기보다는 데일리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를 추구해 밸런스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한국커피’라는 국내 베테랑 로스터리에서 고품질의 스페셜티 품종을 받는다는데 너무 맛있어서 따로 원두를 주문해볼까도 생각중. 디저트 역시 좋은 재료를 쓴다. 인공 첨가물 없는 유기농 재료만 사용해 스콘, 까눌레, 쿠키 등을 제공한다.

커피를 마셨으면 계단을 따라 1층 ‘라이프북스’로 올라가 보자. 소설가 정지돈이 큐레이팅한 책들이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주로 인문철학과 문학, 예술 분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외에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해외 매거진이나 사진집도 만날 수 있다.

일반 대형서점과는 확실히 다르다. 책의 수도 절대적으로 적고, 그 흔한 베스트셀러들의 행렬도 없다. 대신 ‘관점’과 ‘선별’의 힘이 느껴진다. 바쁜 생각 잠시 넣어두고 휴대폰도 주머니에 밀어둔 채 천천히 서가를 훑어보자. 처음 발견했지만 호기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책들이 쏟아질 테니까. 나도 평소에는 어려워서 읽지 않는 건축이나 예술 분야 책들을 열심히 펼쳐보게 되더라고.

책뿐만 아니라 공간을 둘러보는 즐거움도 크다. 넉넉한 여백을 두고서 정갈하게 구획된 내부에 비아인키노의 컬러풀한 가구들이 생동감을 더한다. 한쪽이 전부 통창으로 돼 있는 덕에 볕도 잘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와 평화로운 분위기를 준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참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또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아서 여러 번 오고 싶어진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741 B1

• 인스타그램 @wek_lifecoffee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한적한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요”


“coffee with eco-lifestyle”
mtl 효창

카페이자 셀렉샵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mtl은 욕심이 많은 브랜드다. 근데 잘한다. 세련된 감도로 선보이는 그래픽과 공간 디자인부터 함께할 브랜드를 선정하고 협업하는 안목,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까지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유지해서 대단하다.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나는 mtl을 유심히 (팬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와 문화적 만족감’이라는 모토 아래, 커피와 디자인을 기반으로 여러 브랜드와 제품과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제안하는 곳. 이를 위해 mtl은 두 개의 오프라인 공간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mtl 한남, 다른 하나는 mtl 효창이다. 오늘 소개하는 mtl 효창은 2호점으로 지난해 여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에 문을 열었다.

효창점은 한남점에 비해 더 깔끔하고 정갈한 인상이다. 한남점은 누가 봐도 쿨하다. 통일되지 않은 여러 소재와 컬러, 한 켠에 자리한 DJ 섹션과 스타일리쉬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반면에 효창점은 밝고 산뜻하다. 공간 구조와 컬러를 비롯해 내부가 심플하게 구성돼 있고, 군데군데 눈에 띄는 푸른 나무들이 프레쉬함을 더한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mtl 효창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에코-프렌들리 eco-friendly’이기 때문. 식음료 재료부터 소개하는 브랜드와 제품까지 환경을 생각하며 세심히 선택하는데, 이러한 방향성이 공간 내부의 분위기와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효창점을 자주 드나들며 새삼 느꼈다. mtl은 참 ‘힙’한 브랜드구나. 세련된 감각과 뚜렷한 취향을 표현하면서도 그 중심에 건강한 태도를 두니까. 그 일관된 시각과 톤 앤 매너로 우리가 생각하는 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전달하고 제안하는 사람들. 어려운 시기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버텨주셨으면 하고 응원하게 된다.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은 어떤 게 있을까? 생활 소품과 식품을 중심으로 큐레이팅 된 라이프스타일 제품군 중에서도 멜릭서 립 버터가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심심찮게 올라오는 멜릭서 립 버터는 천연 식물성 성분으로 만들어진 100% 비건 화장품이라고. 입술이 민감한 분들도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인 데다 매장 내 테스터도 준비돼 있으니 어떤 톤이 맞는지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플라스틱 칫솔의 대체품을 찾고 있었다면 험블 브러쉬로. 친환경 대나무 칫솔에 수익금의 일부가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기부되고, 무엇보다 보기에도 예쁘다.

고를 수 있는 제품도 많지만 카페에 머물며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 mtl이 공식 수입해 판매하는 베를린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보난자커피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사심 가득 담아 감자치즈스프를 추천하고 싶다. 베이컨과 감자, 체다치즈가 듬뿍 들어간 크림 스프다. 부드러운 빵과 같이 크게 한 입 떠먹으면 눈이 번쩍 뜨일걸. 에코-프렌들리 매장답게 비건들을 위한 디저트 메뉴도 있으니 주저 말고 달려가시길.


• 주소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69길 25 1층 mtl

• 인스타그램 @mtl_seoul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커피와 디저트, 다양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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