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의 온라인화'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숙제

조회수 2021. 1. 27.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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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폭력은 청소년 입장에선 다른 폭력보다 특별히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출처: 학교폭력. 삽화: 픽사베이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늘어난 지난해는 학교폭력은 줄었지만 사이버폭력의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고 집에 머물면서 온라인 활동을 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0.9%로 나타났다. 2019년 1차 조사보다 0.7%p 감소한 것이다.


2019년 조사와 비교해 다른 피해 유형의 비중은 감소했지만 사이버폭력(3.4%p)과 집단 따돌림(2.8%p)의 비중은 증가했다. 피해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33.6%)과 집단 따돌림(26.0%), 사이버폭력(12.3%)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10월 온라인을 통해 초4~고2 재학생 전체인 약 357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약 295만명이 응답했다. 조사 내용은 2019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의 학교폭력 경험 및 인식이다.


한효정 한국교육개발원 실장은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해 사이버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VICE와 인터뷰에서 “오프라인에서 학생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보니까 학교폭력의 양상이 사이버 폭력으로 변한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온라인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원격 수업 시간이 사이버폭력 증가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하지만 물론 사이버폭력은 지난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불거져온 문제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VICE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수년간 청소년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계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로 아동청소년의 교우관계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전통적인 학교폭력의 형태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공익법인 푸른나무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 및 실천적 함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사이버폭력의 유형은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성폭력 등이 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단체채팅방에 강제로 초대해 욕하기, 온라인 송금을 이용한 돈 뜯기, 소셜미디어에서 저격해 모욕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의 사진을 도용해 음란 채팅방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다음 달 중으로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이버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시도교육청, 민간과 협력해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법 교육을 강화하고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활동과 캠페인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도 학교에서 사이버폭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지난달 발간한 ‘치안전망21’를 통해 “정서적 폭력 비중의 증가 추세는 계속되고 사이버폭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될 경우 사이버폭력 증가가 예상되는 대표적 피해”라고 꼬집었다.


사이버폭력은 청소년 입장에선 다른 폭력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청소년의 생활에서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온라인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온라인에선 ‘이심전심’을 연습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입장을 공감할 수 있으면 가해하기 어려운데 온라인에선 영화보듯 대상화가 돼 어떤 고통을 주는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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